공차, 설빙, 런베뮤, 그리고 그 다음은? | 한국의 F&B 를 이끌 다음 아이템, 말차

YVA 2기 백윤서
2025-10-15
조회수 328

Intro | 미국 말차 차원 달라 병

뭐야? 별것도 아니네. 말차? 쓰고 맛없는 투썸이랑 스벅 메뉴? 제주 오설록 말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드셨나요? 그렇다면 잘 오셨습니다. 제가 말하는 ‘말차’는 여러분들이 지금 떠올리는 ‘말차’와 전혀 다르니까요. (한국 말차는 미국 말차랑 정말 다릅니다 정말 정말로…) 단순히 미국 GenZ, 웰니스, 힙한 문화의 상징으로써의 말차, 혹은 일본 말차 디저트로써의 말차가 아니라 ‘시장을 뒤흔들만한’ 하나의 주제로서 제가 왜 ‘말차’를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외치는지 여러분들을 설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이전에, 제가 왜 말차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왜 이정도로 강하게 유행이 될 것이라는 걸 주장할 수 있는지 그 배경에 대해 조금의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참고로 저는 미국에 다녀오기 전에는 말차를 아주 싫어하던 사람 중 한명이었습니다) 저는 올해 초 7개월동안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교환학생을 한학기 다녀오고 이제 한국에 열심히 적응중인데요, 제 구글맵과 네이버지도를 보시면 제가 얼마나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지 아실 겁니다. 심지어 뉴욕에 사는 친구가 저보고 ‘너는 어쩌면 여기 사는 나보다 더 좋은 식당이랑 카페를 그렇게까지 잘 알아?’ 할 정도로요.  미식 경험 자체에 굉장히 예민하고 기민한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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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캡쳐한 제 네이버맵과 구글맵입니다.)

6564f69b43893.png(미국 가서 처음 strawberry matcha latte를 먹고 충격적으로 맛있는 맛에 놀랐던 제 모습입니다)

누구보다 미식에 진심이고, 먹을 때 가장 리액션이 두드러지는 이런 제가 보증하는 말차. 한국의 F&B 시장을 그래서 어떻게 흔들 수 있을 지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말차 맛있는거 알겠는데 미국에서 유행하는게 한국에서도 유행할거란 보장이 있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국의 F&B 시장 성공요인을 먼저 분석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의 F&B 시장을 뒤흔들었던 Outlier 과거 사례 비교분석 | 공차, 설빙, 노티드, 런베뮤

혹시 한국에 처음 공차가 들어왔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설빙이 처음 생겼을 때는요? 허니버터칩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얘기가 뉴스에 나왔던 때도 기억나시나요? 저는 아직도 설빙이 처음 생겼을 때 1시간 넘게 줄을 서서 아빠와 동생과 함께 설빙을 먹었던 날이 생생합니다.

요즘 모든 매거진과 유튜브에서는 한국 F&B 시장의 대유행을 가져온 대표주자로 런베뮤를 꼽곤 하죠. 노티드와 소금빵도 이제는 이미 과거 얘기라고 느껴질 정도인데, 공차와 설빙을 런베뮤와 동일 선상에 놓고 이야기한다? 어딘가 이질감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VC 가 가장 예민하게 감각해야 하는 지점 또한 바로 이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산업을 뒤흔드는 주자들은 결국엔 우리 삶에 녹아들어가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10년 뒤에는 런베뮤가 지금의 공차와 설빙 같은 존재가 되어 있을 것이고,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그 무언가가 우리에게 런베뮤 같은 존재로 다가올 것입니다.


제가 임의로 세대를 나눈 한국의 F&B 산업 Outlier 들입니다.

1. 1세대 공차, 설빙

2. 2세대 노티드와 [크로플, 소금빵, 마라탕]

3. 3세대 런던베이글뮤지엄


그리고 이들을 시간 순서가 아니라 특징으로 나누면 이렇게 나눌 수 있습니다.

1.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의 도입 (공차, 크로플, 소금빵, 마라탕)

2. 새로운 제품이라고 느낄 수 있게끔 브랜딩 (설빙, 노티드, 런베뮤)


결론적으로 이렇게 ‘산업’ 섹터를 아예 뒤흔들었던 요소들은 결국 이 둘중 하나를 선택한 뒤, SNS 상 바이럴과 브랜딩을 통한 경험 확대를 통해 시장을 뒤흔들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10년 전의 F&B 유행주자들에서부터 이어져온 한국 F&B 시장의 성공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말차’ 가 어떻게 새로운 문화를 이끌 수 있을지 이어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세대 (2010년대) | 공차, 설빙d834a20f263bf.png

공차의 경우, ‘밀크티’ 라는 섹터가 아예 한국인들의 머리 속에 없었을 때, 커피 뿐이었던 카페 시장에 ‘티’ 문화를 처음 본격적으로 도입한 주자였습니다. 대만, 중국, 싱가폴에서 이미 유행하고 있었던 밀크티 문화를 2012년 김여진 공차코리아 대표님께서 국내에 들여오면서 기존의 한국에는 없었던 새로운 ‘밀크티 문화’ 를 도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차 이후 수많은 버블티 브랜드 (타이거슈가, 더앨리) 가 등장하고, Semi-흑당밀크티 유행을 거쳐 지금은 공차 뿐만 아니라 아마스빈, 차백도, 헤이티 등 수많은 밀크티 프랜차이즈 점들이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죠.

‘타피오카 펄’ ‘당도/얼음 조절’, ‘맞춤형 음료’ 라는 개념이 당시만 해도 없었을 때라 이 부분이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면서 F&B 산업 내 맞춤형, 프리미엄화 소비 트렌드를 촉발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차의 당도/얼음 조절 및 커스터마이징 문화가 현재의 요아정까지도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새롭게 들어온 밀크티의 맛이 지나치게 향이 강하거나 이질적이지 않아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았던 것 또한 호불호 없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 공차의 경우 2012년 공차 코리아 설립 후, 2014년 10월 사모펀드사 UCK Partners (구 유니슨 캐피탈)에게 김여진 대표의 공차지분 65%를 340~360억원에 매각했고, UCK 파트너스는 공차코리아 인수(340~360억원) 와 더불어 공차 본사 유상증자(equity 총 350억원)를 통해 공차코리아를 총 690~710억원에 인수하여 2019년 3500억원에 공차 지분을 미국계 TA Associates 에 매각하면서 2800억원에 해당하는 차익을 거두었습니다.

- 여담으로 김여진 대표님은 공차 매각 이후 ‘바운드 트램펄린 파크’ 라는 체육 놀이시설을 창업한 뒤 아이에스동서에게 235억원에 매각하셨다고 합니다. 


설빙의 경우, 기존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팥빙수를 한국인들에게 새롭게 각인시킨 주자입니다. 얼음 갈아 통단팥 넣고 델몬트 후르츠 칵테일 캔을 따서 넣은 뒤 연유와 섞어서 먹던 ‘옛날 여름 팥빙수’가 아니라, [우유 얼음 + 과일 + 인절미 + 치즈케이크]로 구성된 새로운 프리미엄 디저트로서의 팥빙수 문화를 사람들에게 도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팥빙수를 여름 계절 메뉴가 아니라,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디저트 상품으로 재해석하고 브랜딩하여 ‘K-디저트’ 및 ‘한류 디저트’라는 새로운 섹터를 탄생시키고 일본과 동남아, 해외 시장에도 진출한 케이스이죠. 비주얼 중심의 소비와 인증샷 문화 등 최근 런베뮤, 소금빵의 유행의 근간이었던 SNS 확산형 소비문화 또한 설빙에서부터 그 힌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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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떠오르는 기존의 여름 팥빙수와는 아예 다른 방식으로 빙수를 만들었지만, 우유 얼음과 인절미 가루 그리고 적절한 당도까지 어우러져 오히려 기존의 팥빙수를 뛰어넘는 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한번에 사로잡았던 것 또한 유행을 선도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설빙 또한 2023년 8월 1300억원에 사모펀드 UCK 파트너스에게 매각되었고, UCK 파트너스는 설빙 인수 첫 해 영업이익의 2.7배에 해당하는 302억 2755만원을 배당금으로 받아갔다고 합니다.


2세대 (2020년대 초반) | 노티드 그리고 [크로플, 소금빵, 마라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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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티드의 경우 또한 앞서 설명드린 설빙처럼 이미 존재하고 있던 도넛이라는 제품을 사람들에게 새롭게 각인시킨 경우에 속합니다. 지금이야 생크림이 가득 담긴 도넛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노티드 이전의 도넛 생태계는 지금과 사뭇 그 느낌이 달랐습니다. 도넛 하면 사람들이 자동으로 떠올릴 법한 던킨 도너츠나 크리스피 크림을 생각하면 알 수 있듯, 싼 간식 혹은 패스트푸드 디저트로만 포지셔닝 되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티드는 브랜딩과 공간디자인을 통해 도넛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사람들에게 각인시켰습니다. 파스텔 톤의 컬러와 웃는 스마일 로고를 활용해 브랜드 공간 자체를 사람들에게 귀여움+해피니스+컬러풀 감성으로 각인시켰고, 이런 공간 속에서 생크림이 가득한 수제 도넛을 파는 방식을 통해 기존의 저가형 패스트푸드 도넛이 아니라, 고급지고 세련된 새로운 디저트를 산다는 경험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습니다.

SNS 인증 욕구를 자극하는 비주얼 중심의 브랜딩을 구축함과 동시에 예쁘고 선물하기 좋은 디저트로써의 새로운 포지셔닝을 성공적으로 이끈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노티드의 ‘브랜딩을 통한 새로운 각인’ 이라는 성공 공식이 결국 런베뮤에도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기존의 프랜차이즈 도넛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도넛의 구성인 ‘듬뿍 들어 있는 달콤한 우유 크림과 푹신한 빵’의 맛이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점도 또 하나의 성공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맛있어서 입소문을 타게 되고, 그 입소문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노티드를 접하게 되고, 또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거나 중요한 자리에 들고 갈만한 디저트로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자리매김했던 것 또한 유행이 가속화된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노티드의 운영사 GFFG (다운타우너, 리틀넥, 클랩피자, 호족반 등의 다수 브랜드 보유) 는 2022년 말 알토스벤처스 및 쿼드자산운용에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습니다. 당시 첫 투자 라운드에서 약 1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나 이후 부진한 성장세로 현재 (2025년 기준) 매각설이 거론되었고, 이준범 대표가 노티드 매각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시킨 상태입니다.


크로플, 마라탕, 소금빵의 경우 VC나 사모펀드에 매각될 정도로 성장한 기업은 없어서 따로 묶어두었지만, 이 세 가지 모두 ‘이런 음식 자체가 존재한다는 걸 몰랐을 때’ 대중들에게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인식시키고, 새로운 문화와 시장을 연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크로플의 경우 2018년경 아우프글렛이라는 카페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2020년 코로나 시국 속에서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디저트로 SNS와 홈카페 문화와 맞물려 폭발적인 유행을 기록했습니다. 마라탕은 중국의 사천음식 매운탕을 기존의 딱딱한 중식당이 아니라 맵기 조절 및 다양한 토핑 선택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식당 구조에서 팔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2020년대 초 유행이 시작되었고 이제는 아예 마라탕이 저녁 메뉴 선택지 중 하나로 굳어질 정도로 식문화 패러다임을 바꾼 사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소금빵은 일본의 ‘시오빵’을 기반으로 한국인의 입맛과 SNS 감성에 맞춰 재해석되었고, 베이커리 카페와 디저트 숍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3세대 (2024~ ) | 런던베이글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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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베이글뮤지엄의 경우 또한 이미 존재하고 있던 베이글이라는 제품을 사람들에게 새롭게 경험하게 만든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런베뮤 이전 시대에는 베이글을 간단한 아침 식사 혹은 샌드위치용 빵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특별한 디저트나 외식 경험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민둥하게 생긴, 어쩌면 아무도 굳이 찾지 않았던 베이글 이라는 빵을 ‘힙하고 트렌디한 디저트 및 간식’ 으로 새롭게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것이 런베뮤의 가장 근본적인 성공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더불어 설빙에서부터 시작되고 노티드를 거쳐 피크를 찍은 “예쁘게 사진 찍을 수 있는 디저트” 의 F&B 유행 공식을 십분 활용해 SNS 입소문으로 사람들에게 빠르게 유행을 각인시킨 전략 또한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데요, 사실상 런던베이글뮤지엄은 단순히 제품 자체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매장 경험과 브랜딩을 통해 베이글을 ‘즐기고 인증하는 문화’로 자리잡게 했습니다. 매장의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브랜딩을 활용해 방문 자체가 ‘자랑할만한 경험’이 되도록 설계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트렌디한 식사 대용 아이템으로 베이글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덧붙여,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베이글의 식감을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부드럽고 촉촉하게 바꾼 것 또한 런베뮤가 입소문을 타고 성공할 수 있었던 하나의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런베뮤 베이글의 식감을 두고 베이글을 정말 좋아하는 매니아층이나 외국인들은 ‘런베뮤는 베이글을 파는 게 아니다’ 라고 말할 정도로  런베뮤 베이글의 식감은 기존의 전통적인 베이글의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합니다. 

- 런던베이글뮤지엄(LBM)의 운영사 엘비엠은 2025년 8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 약 2,000억 원대 중반에 매각되었습니다. 당초 매도자 측은 약 3,000억 원(EBITDA 11배 수준)을 요구했으나 자금 조달 난항으로 협상은 무산되었고, 이후 JKL파트너스가 현실적인 수준인 약 1,500억 원(EBITDA 4.5배)을 제시하며 협상에 나서 최종적으로 EBITDA 8배 수준에서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이번 매각은 국내 F&B 업계 평균 배수인 3~5배를 훌쩍 웃도는 사례로 꼽힙니다.


결국 F&B 산업의 성공요인은 어떤 음식을 ‘새롭게’ 느낄 수 있게끔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넘어선 하나의 ‘유행이자 문화’로 사람들의 머리속에 자리잡게 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엔  맛으로 사람들을 설득해야 대중들의 입소문에 오를 수 있고, 그 입소문을 타야지만 새로운 유행을 이끌어갈 수 있듯이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맛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확실히 하는 주자만이 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겠지요. (한국 말차는 맛이 없습니다. 미국의 말차는 맛이 정말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말차 시장 및 문화 차이 비교분석 

아무도 밀크티와 공차와 타피오카펄을 모르던 그 시절, 공차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던 것처럼 ‘말차라떼’ 또한 한국에 들어와 완전히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왜 그렇게 파악했는지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한국 대중들이 인식하는 말차와 미국에서 유행하는 말차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요, 우선 현재 한국의 말차 시장 및 대중의 인식을 먼저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말차는 아직 비주류에 속해 있습니다. 기존 카페에서는 메뉴판 맨 아래쪽에나 겨우 올라가는 옵션일 뿐이고, 말차만 전문으로 다루는 카페는 극소수입니다. 사람들에게 말차는 ‘쓰고 텁텁한 녹차’ 로 기억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건 억울한 고정관념이나 한계가 아니라, 실제 한국의 말차 맛이 갖고 있는 분명한 문제점입니다.

4bf529284596e.png(미국 말차라떼를 마시고 감동받은 제 모습입니다)

한국의 말차(녹차)라떼를 경험해봤던 제가 미국의 말차라떼를 마시고 저렇게까지 감동받았던 이유는 정말 본질적으로 그 맛의 차원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너무 쓰고 텁텁해서 먹자마자 인상이 써지는 한국의 말차라떼를 생각했던 저는, 미국에 가서 친구들이 ‘You should grab a matcha!’ 라고 말할 때마다 ‘Haha, okay I’ll try someday’라고 말하며 말차라떼를 마시는 걸 피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래도 뉴욕에 왔는데 한번쯤 마셔볼까?’ 싶은 마음에 chacha matcha 의 말차라떼를 처음 마셔본 순간, 정말 하나도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그 맛에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서 먹어봤던 말차의 맛이 아니라, 공차의 밀크티를 처음 먹었을 때처럼 정말 달달하면서도 전혀 쓴 맛이 없으며 끝 마무리가 전혀 텁텁하지 않고 아주 깔끔한 맛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긍정적인 기억 덕분에 다른 말차 프랜차이즈도 거리낌없이 맛보게 되었는데요, blank street coffee 의 strawberry matcha 를 처음 먹었을 때 느꼈던 맛의 황홀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함께 갔던 친구는 blueberry matcha 를 시켜먹었는데, 처음에는 ‘윽. 블루베리랑 말차라고?’ 라고 생각해 시도해볼 마음조차 없었지만, 또 며칠 뒤에 혼자 가서 시켜먹고는 제 상상을 뛰어넘는 그 맛에 반해 뉴욕 여행이 끝날 때까지 블루베리 말차라떼만 계속 먹게 된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교환을 다녀온 뒤 미국의 말차 맛을 잊지 못하고 ‘혹시나… 블루보틀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고속터미널역에서 녹차라떼를 시켜먹은 적이 있는데요, 그걸 마시고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음료의 맛 자체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쓰고 텁텁한 그 맛이 아예 없습니다 미국에는. 왜 이렇게 본질적인 맛의 차이가 있을까 혼자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녹차 마니아들이 그 텁텁함과 쓴 맛을 말차의 근본이라고 생각해서 그 맛을 아예 없앨 생각이 없는건가? 라는 생각도 들고, 한국에서 엄청 단 디저트라고 하더라도 미국의 엄청 단 디저트의 맛과는 아예 다른 것처럼 엄청 단 것에 익숙한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맛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 쓴맛을 아예 없애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런베뮤가 기존의 ‘딱딱한 베이글’ 식감을 완전히 버리고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가져왔던 것처럼, 기존의 텁텁하고 쓴 뒷맛을 아예 버리고 달달한 맛으로 말차라떼를 가져오는 주자가 있다면 그 주자는 분명 이 게임의 승자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텁텁하고 쓴 맛 때문에 굳이 찾게 되지는 않는 한국의 말차와 달리, 미국에서 말차는 단순히 ‘쓴 녹차’가 아니라,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미국에서 “Wanna grab matcha?”라는 말은 한국인들이 출근 전 혹은 점심시간에 “아아 ㄱ?”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직장인 브이로그나 Gen-Z의 ‘day in my life’ 브이로그에서도 아침에 커피 대신 말차 가루를 섞어 말차라떼를 만드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뉴욕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아침 루틴으로 말차라떼 한 잔을 하는 것이 굉장히 일상적이며, ‘기분전환 용으로 달달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 를 찾을 때에도 자연스레 말차를 찾게 되는데요, ‘말차 전문 카페’ 의 수 자체가 많다는 것 또한 이러한 문화를 다시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말차 전문 카페가 전무한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는 말차만을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이미 많이 존재합니다. Blank Street Coffee, Matchaful, Cha Cha Matcha, 12 Matcha 등의 말차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뉴욕의 전역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습니다. 그 메뉴 또한 단일적인 ‘말차라떼’가 아니라 정말 다양합니다. 블루베리 말차, 스트로베리 말차, 피넛버터 앤 젤리 말차 등 한국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말차 메뉴들이 있죠.

07c9968ded173.png(말차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뉴욕 전역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985f67ca58499.png(말차라떼 단일메뉴가 아니라, 말차라떼의 종류 자체도 정말 다양하다는 것 또한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말차 시장 분석

미국 말차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메인 주자들은 1) Blank street coffee, 2) Cha Cha matcha, 3) Matchaful 로 요약가능한데요, 각각의 특성과 특색을 좀더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Blank Street Coffee | 6,700만 달러 벤처 투자 유치 및 시리즈 B까지 성공한 뉴욕의 카페

75ba34c678f15.png뉴욕 브루클린에서 시작한 Blank Street Coffee는 2021년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미국 커피 시장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소형 매장(micro-format café)과 모바일 주문 중심의 효율적인 운영 구조를 앞세워, 전통적인 커피 체인과는 다른 확장 전략을 보여주고 있죠.

Blank Street의 핵심 전략은 소규모 매장과 이동식 카트를 활용해 임대료와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특정 에스프레소 머신을 활용해 바리스타가 빠르게 음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 점입니다. 또한, 구독 기반 모델을 도입해 월 $12만 내면 하루 한 잔씩, 즉 주 7잔의 음료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로써 반복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스케일업 가능성이 높은 사업 모델로 평가받았습니다.

Blank Street Coffee는 뉴욕 내 커피 체인 중 VC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브랜드입니다. 2021년 10월 진행된 Series A 라운드에서 총 2,500만 달러($25M)를 유치했으며, General Catalyst와 Tiger Global이 공동으로 리드했습니다. 여기에 Warby Parker 공동 창업자 Neil Blumenthal과 Dave Gilboa, Harry’s 공동 창업자 Jeff Raider, Allbirds 공동 창업자 Joey Zwillinger 등 스타트업 업계의 유명 인사들도 엔젤 투자자로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Series A 이후에 Blank street coffee 는 Tiger Global, Left Lane Capital, General Catalyst 등으로부터 누적 약 1억 달러($100M) 규모의 벤처 캐피털 투자를 유치했으며, Tracxn 데이터에 따르면 총 5회의 투자 라운드를 거쳐 누적 약 1억 2,700만 달러($127M)의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약 2,000만 달러($20M) 규모의 신규 투자 라운드를 진행했으며, Left Lane Capital, HOF Capital, General Catalyst, Tiger Global 등이 다시 참여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바로 Blank Street에 투자한 VC들은 대부분 고성장 소비자 브랜드(DTC)와 테크 기반 소매 모델에 강점을 가진 투자사들이라는 것입니다. General Catalyst는 Warby Parker, Sweetgreen, Airbnb 등 대표적인 성장주에 투자해 온 VC이고, Tiger Global은 글로벌 플랫폼과 리테일 브랜드에 적극 투자하는 크로스오버 펀드입니다. 또한 Left Lane Capital은 소비자 중심 스타트업에 특화된 성장 단계 투자사로, 이들의 참여는 Blank Street가 단순한 카페 체인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소비자 브랜드이자 리테일 테크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Series A 이후 누적 약 1억 2,700만 달러를 조달하며 글로벌 톱티어 VC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효율적인 매장 운영 모델과 확장성을 기반으로 ‘차세대 커피 체인’으로 자리매김한 Blank Street Coffee는 개인적으로 제가 가봤던 미국 뉴욕의 말차 카페중 제일 좋아하는 카페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블루베리 말차 라떼가 정말 맛있고, 말차 특유의 텁텁함이나 쓴맛이 아예 없으며 달달한 음료의 맛이 느껴지기 때문에 대중적인 입맛을 사로잡아야 하는 프랜차이즈 말차 카페로서 확장 가능성을 가장 잘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Cha Cha Matcha | 소규모 체인으로 MZ세대 라이프스타일을 사로잡은 프리미엄 말차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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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 Cha matcha 는 프리미엄 말차 전문 브랜드로, 건강과 웰니스 트렌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미국 내 매장은 약 12곳 정도로, 소규모 체인 형태를 유지하며 브랜드 IP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 약 $25만의 지인 투자로 출발했으며, 이후 2022년 약 700만 달러 규모의 Series A 투자를 유치하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카페인데요, 컬러풀하고 힙한 감성을 강조한 매장 디자인과 브랜딩을 통해 ‘음료 구매 = 체험과 공유’로 이어지는 소비 경험을 만들어냈습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 시즌별 리미티드 메뉴, ‘Cha Cha’ 로고가 새겨진 굿즈 등은 브랜드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Cha Cha Matcha는 지역 커뮤니티 이벤트와 SNS 캠페인을 활용해 월 방문자 수 1만 명 이상을 달성하며, 소규모지만 높은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3. Matchaful | 기능성·RTD 확장으로 ‘건강 말차’ 라이프스타일을 정착시킨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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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chaful은 건강과 기능성을 강조한 프리미엄 말차 브랜드로, 슈퍼푸드와 프리미엄 파우더를 활용한 15가지 이상의 기능성 음료 라인을 갖고 있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RTD(Ready-to-Drink) 음료와 스낵 제품으로 확장 가능한 구조를 갖추어, D2C 판매, 소매 채널, 구독 기반 매출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Blank street coffee 나 chacha matcha 와 차별화되는 점입니다.

Matchaful 의 여성 창업자 Hannah Habes는 기존 말차 음료를 단순한 건강 음료에서 라이프스타일 경험과 의식(Ritual) 요소로 새롭게 각인시켰으며, 일본의 지속 가능한 농가와 협업해 싱글 오리진·유기농 말차를 제공하며, 웰니스와 식물성 영양을 강조하는 브랜드 철학을 내세웠습니다.

브랜드 초기에는 D2C 이커머스와 도·소매 채널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뉴욕 등 일부 지역에 소규모 오프라인 카페를 운영하며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전통적인 VC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던 시점에는 Clearco를 통한 마케팅 중심 운전 자본(funding for growth & ads)을 활용해 온라인 매출과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확대했습니다. 이후 두 번의 펀딩 라운드를 거쳐 총 약 12만 달러($120K)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한국의 말차 시장 분석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1) 프랜차이즈 카페와 개인 카페에서 내놓는 1~3개정도의 말차메뉴, 2) 아예 말차만 파는 ‘전문’ 카페, 3) 오설록 4) 슈퍼말차 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프랜차이즈 카페 / 개인 카페

보통 한국의 ‘카페’ 시장의 경우, 프랜차이즈 카페와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 모두 대부분 커피가 주 메뉴입니다. (아메리카노, 롱블랙, 라떼, 크림라떼, 코르타도, 아인슈페너, 기타 등등.. ) 말차메뉴들은 보통 메뉴판을 쭉 읽었을 때 가장 아래쪽에 밀크티와 함께 1~2개정도의 메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투썸이나 스벅, 컴포즈커피, 그리고 메가커피까지 이름을 대면 알만한 웬만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말차 메뉴는 한두개씩은 꼭 볼 수 있지만, 정말 다양한 선택지 중의 아주 일부분일 뿐입니다. 덧붙여 최근 투썸에서 말차 메뉴를 내놓았는데, 한 지점에서 ‘대중적인 맛이 아니라 직원에게 주문 부탁한다’ 는 문구를 따로 써 두어서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카페 뿐만 아니라 편의점의 디저트 메뉴를 비롯해 말차 메뉴가 정말 많이 나오고는 있지만,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말차라떼’ 자체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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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투썸 지점의 말차 판매 거부(?) 사례)

2. 말차 전문 카페

말차 전문 카페의 경우, 일단 얼마 없어서 접근성 자체가 좋은 편이 아닙니다. ‘찐 말차 덕후’ 들이 서치해서 여기 가자! 라고 하지 않는 이상 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질 일이 없는 ‘찐 전문점’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3. 오설록

‘제주 녹차’ 하면 오설록이 바로 떠오를 수 있도록 브랜딩은 잘 해두었으나, 이것 또한 ‘제주도에 갔으니까 오설록 한번 가서 녹차밭에서 사진 찍자!’ 하는 경험으로만 연결되지, 대중들이 ‘접근성이 높다’ 라고 느낄 만하게 포지셔닝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설록은 ‘말차라떼’ 보다는 건강한 ‘티백’, ‘차’ 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로 포지셔닝 되어 있다고 볼 수 있죠.

4. 슈퍼말차

슈퍼말차의 경우 제가 말씀드렸던 ‘말차라떼’ 를 브랜드화 시켜서 한국에 도입하려고 한 가장 최근 사례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또한 디자인과 학생들의 브랜딩 분석 사례 혹은 힙한 공간 분석 사례로는 꼽히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저 곳에 가서 말차라떼를 마시고 또 말차라떼가 대중화가 되었냐? 라고 물었을 때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 | 말차가 한국의 다음 F&B 유행 주자가 되려면

전반적으로 한국의 말차 시장은 앞서 다뤘던 미국에서의 사례와는 달리 본질적인 대중성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매니아층만 찾고 대중적이지 못한 이 상황, 그런데 어딘가 본 것 같지 않나요? 딱딱하고 아무도 찾지 않던 베이글, 있으면 먹긴 하지만 디저트로 굳이 사먹을 것 같진 않았던 도넛, 그리고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던 ‘밀크티’ 문화까지. 혹시 저만 보이는 걸까요? 이 모든 유행에서 반복되었던 패턴과 그 의미가요. 텁텁하고 쓴 맛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고, 애초에 사람들에게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매김하지 못했고, 찾고 싶어도 매장이 별로 없어서 찾을 수가 없는 이 상황들은 제게 문제점이라기보단 새로운 노다지로 느껴집니다. 런베뮤가 베이글을 완전히 새롭게 프레이밍했던 것처럼, 말차라떼도 근본적인 맛의 텁텁함을 바꾸고 새롭게 포지셔닝한다면 분명 다음 대유행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말차라는 섹터를 누가 어떻게 이끌어갈지 매우 궁금합니다. 한국 특유의 완성도와 집념, 브랜딩 전략을 통해 다음 F&B 트렌드를 선도할 말차 선두주자가 성공적으로 등장하길 기대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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